올해 들어 매월 초 들려오는 반가운 소식 중 하나가 우리나라 수출의 호조세이다. 10월 말 기준 무역수지는 32억 달러로 17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반도체, 자동차와 같이 규모가 큰 제조업 분야는 물론, K-푸드의 수출도 약진하고 있다. 같은 기간 K-푸드는 81억 9000만 달러가 수출되어 전년 동기 대비 8.9%의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최근 사상 처음 10억 달러 수출을 달성한 라면과, 이미 작년 실적을 뛰어넘어 2억 5000만 달러의 수출 실적으로 보이고 있는 냉동김밥 등 쌀가공식품이 대표 수출 품목이다.
라면, 김밥, 떡볶이. 우리도 가벼운 식사로 떠올리는 메뉴들이다. 해외에서도 간편하면서도 든든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이들의 인기 요인 중 하나라고 한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는 미국의 한 대학에서 K-푸드 팝업스토어를 개최하였는데,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구매한 것은 냉동김밥, 떡볶이, 라면, 컵밥이었다. 젊은 학생들이라 과자, 음료 판매가 많을 것으로 예상하였으나, 먼저 매진된 것은 이들 한 끼 대체식품이었다.
세계인들은 K-푸드를 단지 재화로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드라마, 영화, 소셜미디어(SNS)에서 보던 K-푸드에 담긴 한국의 문화까지도 즐기고 싶어 한다. 몽골에 진출한 한국 편의점은 한국의 지하철을 테마로 한 인테리어에 ‘한강 라면’을 먹을 수 있는 즉석 조리기를 설치하여 큰 인기를 얻었다. 국내에서도 작년 말 개점한 라면 특화 편의점이 외국인 여행상품 코스로 등록되기도 하였다.
한국인처럼 K-푸드를 먹어보고 싶어 하던 세계인들은 이제 K-푸드를 다른 음식에 결합하는 창의력을 발휘하고 있다. 미국의 또다른 대학에서 진행한 김치 요리 콘테스트에서 1, 2위를 차지한 것은 김치에 스페인식 만두를 결합한 요리와 미국 남부식 김치튀김이었다. 참가한 학생들은 김치가 서양 음식과 조화롭게 어울린다고 입을 모았다.
전통 한식과는 또다른, 현지의 맛과 K-푸드가 어우러질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중국의 한 베이커리 프랜차이즈는 라면으로도 인기있는 불닭소스를 활용한 샌드위치를 선보였다.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린 한식 요리대회에서는 고추장 모히또와 쌈장 티라미수가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와 같이 K-푸드의 활용도가 늘어날수록 수출도 확대될 것이다.
정부는 K-푸드의 확산세를 이어가기 위해 오는 20일부터 서울 코엑스에서 바이어 초청 수출상담회(Buy Korean Food+, BKF+)를 개최하여 해외 바이어 90여명에게 K-푸드를 소개하고, 우리 기업들과의 상담을 주선한다. 올해 새로 발굴한 중동·중남미 바이어와 편의점·외식업계 바이어도 초청할 계획이다.
또 K-푸드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한때의 유행에 그치지 않도록 정부는 관계부처와 함께 해외 홍보관을 운영하고, 해외의 우수 한식당을 확대하여 한식과 한식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소개해나갈 계획이다. 국내에서도 한식 글로벌 컨퍼런스와 한식 문화공간을 운영하여 한식에 대한 인식도 높여나간다. K-푸드가 세계인의 일상에 녹아들 수 있도록 정부가 부단히 지원해나갈 것이다.
박범수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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