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시점 늦추는 홍준표
공천통한 勢구축 포석
“쇄신해야 한다. 재창당하겠다. 공천 개혁을 통해 외부 인사를 적극 영입하겠다.” 연일 내홍을 겪고 있는 한나라당 쇄신안의 큰 방향이 ‘재창당, 인적 쇄신’으로 가닥을 잡은 모습이다. 그러나 홍준표 당대표와 쇄신파, 친이계 소장파, 친박계의 갈등은 여전하다.
표면적으로는 ‘홍준표의 대표 사퇴 시점’이 갈등의 이유지만, 진짜 이유는 ‘총선 공천’에 대한 서로 다른 이해득실이 깔려 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9일 남경필 의원은 “홍 대표는 동문서답을 했다. 대표직을 물러나는 것이 지금 홍 대표가 할 일”이라며 홍준표 대표의 사퇴를 거듭 주장했다. “기득권에 연연하는 것이 안타깝다. 홍준표 대표도 안타깝다”(안형환 의원), “순서가 잘못됐다”(김세연 의원) 같은 민본21과 친이계 소장파 의원 모임 소속 의원들의 발언과 같은 맥락이다.
‘공천 개혁과 재창당’이라는 요구를 모두 받아드린 홍 대표에 대한 사퇴 공격은 친박계에서도 나와 홍준표 버리기로 정리된 듯하다. 친박계 한 의원은 “내년 총선까지 영향력을 유지하며 기득권 연장의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며 정면 비판했다.
홍 대표에 대한 전방위 공격은 ‘공천 작업에서 홍 대표가 손을 떼라’는 말로 요약된다. 홍 대표가 “시스템만 갖춰지면 시스템에 따라 굴러가는 것이 공천이고, 대표의 (개입) 권한이 없도록 하겠다”고 공천 불개입 의지를 강조했지만, 못 믿겠다는 게 전반적인 기류인 셈이다.
대표 사퇴 시점을 늦추려는 홍 대표의 마음속에는 공천 과정에서 측근을 최대한 배려, 나름 세를 구축하려는 욕심이 있고, 홍 대표와 각을 세웠던 계파나 의원들은 이를 탐탁하게 보지 않고 힘을 모아 조기 사퇴를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날 “현역 의원 전원의 (내년 총선) 불출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홍 대표의 발언에 대해 즉각 사퇴를 강하게 촉구하고 있는 민본21의 김성태 의원이 “협박 수준에 가까운 말이고, ‘너네 공천 안 줄 수 있으니 입 닫아라’ 입에 재갈 물리는 격”이라고 재차 비판한 것도 총선을 코앞에 둔 현역 의원들의 속내를 그대로 보여주는 셈이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