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금리 정상화’ 보류 의미는
美·유럽 악재 금융시장혼란민간소비위축 연쇄효과 우려
성장률·물가 딜레마 장기화
‘스태그플레이션’충격 공존
연내 추가인상 가능성 희박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주가 폭락이 한국은행의 ‘금리 정상화’ 의지를 꺾었다. 전대미문의 대외 악재로 인해 물가불안에 대한 대응은 잠시 접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1일 본회의를 열어 이달 기준금리를 3.25%로 동결했다. 한국은 물론 전 세계 주식시장의 동반 하락이 향후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지 한 번 짚어보고 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수시로 튀어 들어오는 대외 악재가 금리 정상화를 가로막자, 일각에서는 올해 내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4% 내 물가 인상’ 목표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경기둔화 우려해야 하는 상황인가=이날 금통위는 이번 사태가 국내 실물경기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2년 전 리먼 사태 이후 국내 경제는 수출이 감소하고 기업들의 투자와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실물경제의 급격한 침체를 경험했다.
당시와 비교해 보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은 투매하지만 채권은 사들이고 있고, 원화 환율도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는 등 겉으로 드러난 양상은 다르지만 경제주체들이 느끼는 공포감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다.
주가 하락이 실물경제에 미칠 악영향도 만만치 않다. 미국의 더블딥 우려와 유럽 재정위기 확산, 중국의 긴축 등 대외 악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국내 경제가 정부나 한은이 예상하는 성장 속도를 유지하려면 결국 민간소비를 살릴 수밖에 없는데, 이번 주가 폭락이 민간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SK증권 염상훈 애널리스트는 “지난 1분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에서 민간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51.4%로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고, 미국의 2분기 GDP가 예상보다 안 좋게 나온 것 역시 개인 소비지출이 대폭 햐향 조정됐기 때문”이라며 “주가 폭락은 마이너스 부의 효과로 이어져 민간소비를 더욱 위축시키면서 경기 둔화 우려를 부채질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지난달 15일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연간 성장률을 당초 4.5%에서 4.3%로 낮추잡았고, 민간경제연구소와 해외 IB 등도 하반기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증시가 폭락한 여파로 국내 외환시장이 패닉 상태에 빠져 있는 가운데 11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에서 열린 8월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한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심각한 표정으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
▶이대로 가면 스태그플레이션=이대로 가면 우리 경제는 성장률은 둔화되는데 물가는 치솟는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하게 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4.7% 상승해 7개월 연속 4%대 인상률을 기록했고, 식품류와 석유류 가격을 제외한 근원물가지수 상승률도 3.8%로 2009년 5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결국 성장률 목표 달성을 포기하고 물가를 잡든지, 그 반대이든지 통화당국은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는 얘기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꺾이지 않고 있는 이상 금통위가 연내에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은 언제든 열려 있다. HMC투자증권 이정준 애널리스트는 “기대인플레이션을 적절히 통제하지 못하면 공급 충격의 2차 효과가 본격화돼 한 단계 높은 인플레이션이 고착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금통위의 연내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으며 그 시기는 10월 금통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신창훈 기자 @1chun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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