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륙의 섬’이었던 관대리
강원도 인제군 남면 관대리는 지난 1973년 소양강댐 건설로 주변 지역이 수몰되면서 외부와는 단절된 ‘내륙의 섬’이 되었다. 인제읍이나 남면 중심지인 신남리에서 이곳 관대리로 들어오려면 양구를 거쳐 굽이굽이 우회해야 하기 때문에 차로 1시간이나 걸렸다(물론 지금은 10~15분이면 된다). 그래서 이곳은 지난 36년간 인제에서도 가장 오지로 취급됐다.
인제 관대리 위치도 |
관대리 자연마을로는 대흥리, 개운이, 부소현이 있다. 마을에서 만난 한 주민은 “관대리 중심지인 대흥리는 인색하기 짝이 없는 부자 김대흥이 살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들려줬다. 부자가 나온 명당인데 인색했다고 하니 뒷맛이 조금 개운치 않다. 개운이는 대흥리 옆에 있는 마을이며, 부소현은 물오리가 많이 살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아직까지 관대리는 마을 이름보다는 ‘인제38대교’, ‘빙어축제’, ‘낚시터’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지금도 외지인의 발길은 뜸하다. 필자기 방문한 날에도 인제38대교를 오가는 차량은 별로 없었다. 마을 역시 주민들은 거의 보이지 않고 한가로이 낚싯대를 드리운 채 세월을 낚고 있는 몇몇 강태공만 눈에 띄었다. 인천에서 왔다는 한 낚시꾼은 “이곳은 겨울 빙어뿐 아니라 봄, 여름, 가을에도 붕어와 각종 민물고기가 많이 잡히는 곳으로 소문나 있다”고 말했다.
관광·레포츠 메카로 개발중
인제군 남면 관대리는 인제38대교 개통 이후 거센 변화의 물결에 휩싸였다. 오지에서 일약 사통팔달의 교통 요충지로 떠올랐으니, 변화의 중심점이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관대리 변화의 견인차는 뭐니 뭐니 해도 인제38대교다. 한때 “40여 가구를 위해 360억 원이 넘는 돈을 낭비했다”는 따가운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개통 이후 인제38대교는 관광명소이자 주변 관광·레포츠 메카 조성의 발판이 됐다.
인제38대교 |
인제38대교를 지나 초입에서 바라 본 관대리 마을 전경 |
이 다리는 소양강을 가로질러 인제군 남면 남전리와 관대리를 연결한다. 총 연장 700m 구간 중 주교량은 290m에 이른다. 교량 폭은 왕복2차로와 보도, 전망대 1개소로 이뤄졌다. 곳곳에 지역 상징이자 명물인 빙어 형상의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관대리 쪽 다리 끝에는 정자와 체육시설을 갖춘 소공원도 만들어져있다.
인근 부평리와 관대리 일대 소양호에서는 매년 겨울 국내 유일의 빙어축제가 열린다. 빙어는 소양강 상류 지역의 맑고 깨끗한 찬물에서 서식한다. 반투명한 모습에 은백색 옆줄이 있어 ‘호수의 요정’으로도 불린다.
인제군은 관대리를 비롯한 소양호, 인제38대교 일원을 관광·레포츠 메카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오는 2012년 열리는 초원축제에 앞서 이의 홍보를 위해 관대리의 소양호 일원 연맥지에다 2만8000㎡ 규모의 화훼종자 파종 및 7만2000㎡ 규모의 3차원 크롭 서클(crop circle)을 조성했다.
인제군은 또 남면사무소 소재지인 신남리에 70억여 원을 투입해 7만4974㎡ 규모의 체육공원을 오는 2013년 7월까지 조성한다.
집짓고 살기에 좋은 양택 명당
지난 2009년 10월 인제38대교 개통 전후로 이곳 관대리 일대 땅은 한바탕 요동을 쳤다. 산수(山水)를 갖춘 데다 길까지 뚫렸으니 외지인들이 가만히 내버려둘 턱이 없었다. 하지만 당시 관대리는 대부분의 땅이 자연환경보전지역으로 묶여있어 집을 지을 수 있는 땅, 즉 관리지역 전답은 품귀상태였다. 당연히 관리지역 농지는 몸값이 치솟아 당시 3.3㎡(1평)당 30만~40만 원선에 거래가격이 형성됐다.
양구쪽 오르막 길에서 내려다 본 관대리 마을 모습 |
이후 잠잠하던 이곳은 올해 초 자연환경보전지역으로 묶여있던 땅들이 대거 관리지역으로 규제가 풀리면서 재차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여파로 조용하던 이 마을에는 최근 전원주택과 펜션 건축공사가 한창이다. 이전에 명당을 찜해둔 몇몇 땅 주인들이 착공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곳 전원주택지의 범위를 좀 더 확장하면 인근 신월리에도 관심을 가져볼만 하다.
하지만 소양호 주변의 농지는 따져봐야 할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각종 규제에 묶여 있기 때문에 기본적인 지적 서류는 물론 공부상에 표시되지 않은 규제나 제한사항도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지역 전문가가 본 관대리 <권문기 하나로공인 대표>
“이미 눈 밝은 이들은 이곳(관대리)이 명당인줄 알고 미리 찜해 뒀지요. 지난 2009년 인제38대교 개통으로 숨은 명당이 그 모습을 드러냈고, 올해 자연환경보전지역에서 관리지역으로 대거 풀리면서 본격적으로 명당의 빛을 발하기 시작했죠. 주변 개발호재와 청정 환경을 갖춰 향후 그 가치가 더욱 상승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권문기 하나로공인중개사사무소(033-435-9080) 대표는 명함이 두 개다. 하나는 중개업소 대표 명함이고, 다른 하나는 동양기(氣)철학연구소장이다. 그는 특히 기 치유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마을 아래쪽 소양호변에서 강태공들이 여유롭게 세월을 낚고 있다. |
최근 몇몇 전원주택과 펜션 공사가 한창이다 |
당연히 그는 기철학의 관점에서 땅을 본다. 좋은 땅, 기가 넘치는 땅, 즉 명당을 찾아 전국을 누비기도 한다. 인제군 관대리 역시 이런 그가 꼽는 명당 중 하나다.
“일찍이 명당임을 알고 외지인들이 하나 둘 사들이면서 이 곳 땅의 60~70%는 외지인이 차지했죠. 그런 만큼 선택이 폭이 넓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인제군에서 이곳 일원을 관광·레포츠메카로 조성한다는 계획 아래 다양한 사업을 추진중이어서 미래가치는 유망합니다.”
그가 말하는 이 곳 땅의 가격은 땅 크기와 개별 입지 등에 따라 차이가 크지만, 대략 3.3㎡(1평)당 20만~40만 원선이다. 이곳은 또한 어업권(딱지)도 거래되고 있다.
권 대표는 홍천군과 인제군 땅을 두루 중개하고 있지만, 특히 두촌면과 인제 남면에 관한한 ‘빠꼼이’로 통한다.
(헤럴드경제 객원기자,전원&토지 칼럼리스트,cafe.naver.com/rm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