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전문가들은 최근 몇년간 외국인의 수급 추이 및 국내 증시의 매력을 감안할 때 외국인의 매도세는 추세적인 이탈은 아니며 일부 차익실현 이후 조만간 복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외국인의 움직임에 따라 출렁이는 증시의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퇴직연금 활성화, 펀드 세제 지원, 고객 눈높이에 맞는 다양한 금융투자상품 등을 통해 외국인에 맞설 든든한 투자세력을 키워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외국인 아직 나갈 때 아니다= 헤럴드경제가 14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 외국인 자금의 국내 증시 수급 동향을 분석한 결과, 금융위기로 급락한 코스피의 전저점(2008년10월27일, 938.75포인트) 이후 최근 매도세로 전환하기 전(2011년1월27일)까지 국내 증시에서 54조원을 순매수했다.
앞서 외국인은 2005년초부터 2008년 10월말 이전 4년 동안 국내 증시에서 71조원 가량을 순매도 했다. 따라서 지난 2년간 한국 기업의 이익성장을 무시하더라도 최소 20조원 가까이 외국인의 추가 매수 가능성이 클 것으로 지적된다.
장영우 UBS증권 대표는 지난 연말 발표한 ‘2011년 증시전망’에서 “외국인은 2009년 30조원, 2010년 20조원 순매수했지만 이전 4년 동안 75조원 정도를 팔았다”며 “아직까지 총매도 금액의 3분의 2 정도가 들어온 것에 불과해 2011년에도 외국인 순매수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 아시아 주요국의 연간 외국인 자금 유출입 현황을 살펴봐도 외국인은 아직 한국 증시에서 빠져나가기 보다는 추가로 들어올 가능성이 커 보인다.
2008년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 규모는 323억달러로 인도(129억달러) 보다 3배 가까이 많았으나 2009~2010년 양국 증시로 들어온 외국인 자금은 거의 엇비슷했다. 아직은 한국 증시로 추가로 더 들어와야 하는 상황이고, 한국 기업들의 이익 매력을 감안할 때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더 많이 빠져나갈 이유 없는 셈이다.
지난 연말 이후 코스피가 단기간 급등했고 글로벌 인플레, 긴축 우려가 겹치면서 크게 조정받고 있지만, 올해 1분기말 전후 이같은 우려들이 어느 정도 진정되면 외국인도 다시 돌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종승 NH투자증권 센터장은 “중국의 긴축행보와 환율 불안이 외국인 매도를 자극하는 면이 있지만 점진적으로 완화될 것으로 기대되며 3월 중순 이후 회복 시도가 전개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외인에 맞설 투자세력 키워야= 최근 3년간 외국인의 국내 증시 보유 비중은 32%대로, 지난 1998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국가 기간산업을 제외한 나머지 국내 기업들에 대해 외국인 지분보유 한도 제한을 없앤 이후로 크게 증가했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등 신흥국 대부분도 증시 유동성 확대와 경제 활성화를 위해 외국인 지분제한을 없애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증시에서의 외국인 비중 증가는 ‘양날의 칼’과 같다고 지적하고 있다. 외국인 자금은 국내 증시의 유동성을 늘려주는 긍정적인 면이 있는 반면, 지난해 ‘11ㆍ11 옵션쇼크’ 처럼 한순간에 증시를 휘청거리게 하는 악재로도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퇴직연금 활성화, 간접투자상품에 대한 투자유인 확대, 자산관리 상품 다양화 등으로 외국인에 맞설 수 있는 세력을 키워내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업계에서 종합자산관리계좌(CMA)와 랩어카운트ㆍ신탁 등 다양한 자산관리 상품을 내놓고는 있지만 이들 상품의 서비스 수준이 높지 않고 상품 간의 연계성도 약하다”며 “다양한 투자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맞춤형 자산관리 수단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재원 기자 @himiso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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